[최효경의 전원에서 띄우는 편지] ' 겨울이 머무는 풍경'

-그래도 봄은 온다-

가 -가 +

최 효경
기사입력 2021-02-18 [09:07]

-겨울이 머무는 풍경-

 

이팝나무 사이를 누비는 까치들이 툭툭 겨울을 턴다.  © 최 효경

 

[GWA 최효경기자] 차게 채웠는데도 마땅히 내놓을 게 없는 삶에 풍부한 감성만이라도 채우라는 의미인 양, 심란한 마음을 위로하듯 함박눈이 내린다. 잠깐 동안에 소복소복 쌓이는 하얀 눈에 고립되어도 마냥 좋을 아름다운 풍경을 시선에 가득 담아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소리를 찍는다."눈 위를 걷거들랑 어수선하게 걷지 말라,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터이니" 누군가 했던 그 말을 생각한다.

 

▲ 아뿔사~~ 한 발 늦었네! 우리집 업둥이 수탉과 고양이들이 먼저 발자국을 찍었다.     ©최 효경

 

눈 내리는 날의 설렘에는 격이 없음을 알게 하듯, 길 잃은 강아지들도 고양이들도 신이 나서 발자국을 남긴다. 하얀 눈 위에 그리움이라 콕콕 찍고 촉촉한 마음으로 녹여내려 안간힘을 쓰며 허름한 옷을 입고 추위에 떨어도 마냥 신이 나서 얼음판을 뒹굴며 눈 싸움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 어찌할 바를 모를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혹한에서도 탐스럽게 올라오는 '큰꿩의 비름 ' 참 대견하구나! © 최 효경


하얀 날개 쭉 뻗어 활개를 치는 겨울날이 이렇게도 멋이 있었던가? 하얀 면류관을 쓴 소나무가 눈의 무게에 힘에 부친 모습을 안쓰러워하지 않아도 될 아름다움에 빠져도 될까? 누구나가 조각가가 되고 눈 위에 새기고 싶은 단어들이 있을 거라. 살갗에 앉은 눈, 결코 차갑지 않은 계절임을 꽁꽁 얼어붙은 마음에 포근한 솜 이불 덮어줌에 한없이 감사하다.

 

  산수유가 벙글다! © 최 효경

 

저마다 가슴 포근히 데운 봄이라고, 테크닉보다 감성이 먼저 들썩이는 신비로운 계절에 새싹들의 수런거리는 몸짓들이 반갑고, 다시금 겨울 이야기로 머문 풍경이 나에게 스며드니 기꺼이 따스하게 안아주고 싶다. 눈 쌓인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도 메마른 나무에 수액이 흐르고 옹골찬 힘을 머금은 꽃망울이 터질 봄을 기다리는 이유에는 어떤 핑계도 없다. 부서지는 햇살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양지에서 꾸벅꾸벅 졸고 싶은 오늘, 봄이 가깝다.

 

[GWA 최효경기자]

popo6723@hanmail.net

최 효경의 다른기사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강건문화뉴스. All rights reserved.